지난 10월 21일, 따사로운 가을 햇살 속에 3시간 정도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제천을 경유, 충북 단양에 위치한
성신양회(주) 단양공장을 향했다. 단양은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이자, 국내
시멘트 업체 3사(성신, 한일, 현대)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중요한 석회석 산지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약간씩 굽이진 국도에 들어서 몇 개의 코너를 돌자 성신양회 단양공장의 거대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대규모 장치산업에 속하는 시멘트 산업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려는 듯 한
웅장한 모습이었다.

공장 전경에 대한 첫인상을 뒤로 남기고, 본관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장 관리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관리부
김자광 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먼 길에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양회협회 취재에 성신양회 단양공장이 처음으로 선정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네요. 이번 취재를 통해 저희 성신양회 뿐만 아니라 전체 시멘트
업계가 묵묵히 일궈가고 있는 땀과 노력을 모든 분들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 말하는
김자광 부장의 환한 미소와 사무실에서 활기차게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힘든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듯 했다.

관리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성신양회 단양공장을 이끌고 있는 장광치 공장장과 대담시간을 갖게
되었다.
1978년에 입사해 근 30여년간 성신맨으로
근무해 온 장광치 공장장은 미소가 가득한 밝고 소탈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장 공장장은 인터뷰 내내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상대를 편안히 대해
주면서도 업무 관련 주제나 시멘트업의
미래 등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분석과 강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특히 국내 시멘트 업계가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피력했으며,
성신양회 단양공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TPM 활동의 성과에 대해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장 공장장은 1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며, 특히 마지막에는 장공장장이
단양공장의 수장으로서 TPM 활동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KM(Knowledge Management) 활동에
대해, 현재 준비 중인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이면서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는 업계 선배
이자, 진정한 현장인인 장공장장의 끊임없는 열정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장광치 공장장과의 대담을 마치고 우리는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때문에 관리과에 특별히 간부가 아닌 직원 2명의 인터뷰 섭외를 부탁했다. 그리고 곧 이어 필자는 30년
가까이 장기근속 중인 한영수씨와 지난해 입사해 이제 막 신입사원 티를 벗고 있는 황중식씨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두 사람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직장생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편안하고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 필자는, 오랜 세월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하는 한영수씨와 열성을 다하는 선배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성실하게 일해 나가려는
다짐을 하는 황중식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어렴풋이 성신의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우리는 단양공장의 생산공정과 현장을 살펴보기로 했다. 견학은 기획조정과 김태정
대리의 도움을 얻어 시작되었다. 외부인의 단양공장 방문·견학시 풍부한 안내 경험이 있어, 시멘트의
제조과정과 관련 공정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시멘트 생산공정의 최초 단계인 채광
단계의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우리는 제일
먼저 광산으로 향했다.
광산사무소에 도착해서 맨 처음 눈에 뛴 것은 엄청난 크기의 덤프트럭이었다. 타이어 크기만도 2미터 가까이 되는 대형 덤프트럭의
모습에 우리 입에선 절로 탄성이 나왔다.
물론 자료사진을 통해 크기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실제로 보니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성신양회는 50톤과 65톤짜리 두 종류의 덤프 트럭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둘 모두 일반도로에서 볼 수 있는 덤프트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이렇듯 거대한 덤프트럭들이 넓은 광산 곳곳을 누비며 원석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다음 단계인 1차 조쇄 공정을 살피기 위해
덤프트럭을 따라 분쇄기로 향했다. 분쇄기에 도착해서 보니 쉴 새 없이 원을 그리며 선회
하는 거대한 추 사이로 큰 원석이 빨려 들어
가면서 축구공만한 크기로 분쇄되기 시작
하였다. 이 후 두 번의 분쇄기를 더 거친
원석은 부원료인 점토질 원료 및 철질원료와 함께 원료밀(Raw Mill)과 원심분리기(Cyclone seperator)를 통해 미분쇄 되어
싸이로에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조합원료는 이 후 소성공정
으로 넘어가, 예열탑에 투입되어 가소기를 통과하면서 석회석 성분의 탈탄산반응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탈탄산 원료가 키른에서 약 1,450℃까지 가열·소성되어 지름 2 ~ 5cm크기의 공모양의 입자로 제조되는데
이를 냉각기에서 급냉시킨 것이 크링커이다. 키른 내의 엄청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유연탄과
벙커C유를 사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비용절감 및 환경보호 차원에서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등의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여 환경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크링커에 응결지연제와 석고 및
혼합재로서 고로슬래그 등을 혼합하여 약 3,300㎠/g의 분말도(Blaine)로 미분쇄하면 시멘트가 최종적으로 제조된다.

시멘트 제조공정 순서에 따라 설비들을 살펴
보며 내려오다 보니, 웅장한 모습으로 회전
하고 있는 키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신양회의 단양공장은 창사 초기부터 자리를 잡은 1공장과 1998년 준공된 2공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2공장은 연간 300
만톤의 크링커를 생산할 수 있는 6호 키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단일설비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모습의 키른이
바로 이 6호 키른이었다.
이 6호 키른은 성신인들에게 있어 희비가 교차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1990년대 초 주택 200만호 건설을 계기로 시작된 꾸준한 건설경기 상승으로 성신양회는 향후 내수
증가에 대비, 6호 키른 신설을 단행하였으나 완공이 가까워 질 무렵인 1997년 12월 국가 부도상황인 IMF
외환위기로 접어들면서 살인적인 경기침체로 시멘트 내수가 급감하였으며, 6호 키른 공사에 조달한 금융
비용에 대한 이자비용 급증으로 회사가 존폐위기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성신 특유의 장점인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한 노사간의 화합과 희생으로 이겨낸
지금, 6호 키른은 대량의 고품질 크링커를 생산해 내며 성신양회 뿐 아니라 우리 시멘트 업계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처음으로 생산현장을 직접 보게 된 우리에게 공장모습만큼 특이한 것은 시설규모에 비해 종업원들의 모습이
거의 눈에 띠지 않는 것이었다. “워낙 공장이 넓어서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공장의 자동화가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오신 분들이 보시기엔 종업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처럼 느끼시는 겁니다”
라고 안내를 담당한 김태정 대리가 넉넉한 웃음과 함께 설명을 해줬다.
이와 함께 또 하나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는데, 공장 이곳 저곳을 2 ~ 3시간여 동안 돌아다녔음에도 시멘트 공장이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분진이나 시멘트 가루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묻자, “과거와 달리 저희 업체 뿐 아니라 전 시멘트 업계가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해 분진 발생을 최소
화한 결과이며, 또한 무엇보다도 저희 회사 직원들의 자발적인 TPM 활동 덕분입니다.” 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내가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내 손으로 깨끗하게 관리하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식이 TPM
활동으로 나타나 이루어낸 변화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이러한 TPM 활동에 큰 호기심이 생겨, 실제 TPM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마침
막 TPM 회의가 이루어지고 분임조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생산2과 소속의 불꽃분임조를 찾아갔다. 우리가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불꽃분임조는 활발히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일일 점검 도중
나타난 문제점이나 개선부분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열심히 해결책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회의실 한쪽
편에 위치한 게시판에서 우리는 몇 장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불꽃분임조가 근무 중인 현재의 장소를 과거 사진과 비교해 놓은 것이었는데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
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각종 설비들이 있는 장소
마다 일일 점검사항 등 업무수행상 지켜야 할 모든 것을 도표화 해 놓고, 이를 각자가 숙지하여 그 성과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 및 시행착오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장광치 공장장이 왜 그토록 TPM 활동에 대해 자신감을 비췄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공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본관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포장시멘트를 출하중인 나이
지긋하신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양회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많이 어려우시죠?”
웃으며 인사하는 우리에게 처음엔 어색하던 분들도 차츰 속내를 털어 놓으셨다.

“예전에 비해 출하도 많이 줄어들고 어렵기야 하지만 어디 우리만 어려운가? 예전에도 이런 경우 많았어. 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금새 좋아 질꺼야. 우린 그렇게 믿어”
이보다 솔직하고 정확한 표현이 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불평보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그분들의 모습이 바로 성신의 강점임을 느끼게 해 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었다.

첫날 공장 견학일정을 마친 필자 일행은 안팎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직원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단양군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양군 토박이로서 32년간 단양군 공무원으로 근속한 이건표 단양군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성신양회가
국내 시멘트 업체 중 늦게 설립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내 2위권의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양군과 군민들의 변함없는 성원이기에, 단양군 지자체의 수장이자 단양민의 한 사람인 이건표 군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7월 취임한 이래 단양군수를 역임해 오며, 군민들의 신망을 얻고 있는 이건표 군수는 선비와
같은 첫인상을 보여 주었다.
이 군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온화한 미소로 필자 일행을 맞이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질문들에 답해 주었다.
단양군수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이번 방문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나게 되었다.